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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 갔더니 설문조사를 하면 나의 취미를 찾아준다고 해서 흥미로워 참여해보았다. 설문조사가 생각보다 길어서 게다가 자꾸 비슷한 질문이 나오는데 답을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다보니 조금 혼란스러웠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엄격한 관리자'로 나왔다.

[엄격한 관리자] - 사물이나 사람을 관리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관리자형.

오잉!! 좀 놀라우면서도 내심 내가 그렇지..라며 뿌듯해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같이 한 동생도 엄격한 관리자로 나오면서 설문의 신뢰도 하락...

어쨋든 우리에게 어울리는 취미라며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할 수 있는 박스를 주었다. 둘이서 함께 조립을 하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동생이 메뉴얼도 읽기 전에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가위로 플라스틱을 똑똑 끊고 있는게 아닌가?! 

"번호 보면서 끊어서 조립해야지 이렇게 끊어놓으면 어떡하니?!?!" 설문의 신뢰도 또 하락....그래도 설명서에 그림이 꽤 상세하게 나와서 어찌어찌 조립은 마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런거 좋아한다. 설문 신뢰도 상승?!)



다 완성해서 꽤나 뿌듯하게 바라보는데 건담의 오른쪽 주먹이 이상하다. 뭐지? 난가? 동생인가? 일단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고나니 좀 웃겨서 둘이서 한참 웃었다. 요즘 성격이 더러워져서 큰일이다.

재밌게 잘 하긴 했는데 이렇게 취미를 찾아주는 것도 좋고 소소한 여유와 휴식도 좋긴 한데 이 하비박스라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긍정적인 생각만 들지는 않는다. 스스로 관찰하고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게 뭘지 고민해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취미마저도 누군가가 정답을 찾아줘야 하는 건가 싶어서 오묘했다. 사실 취미가 꼭 있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열정적으로 오랫동안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럽기는 하다. 이제와서 보면 열정도 노력도 재능인 것 같다.


과거에는 부정적인 의미였던 '오타쿠'라는 단어가 현재 한국에서는 꽤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도 결국 뭔가에 파고들수 있는 열정을 동경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다들 취미를 찾고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남이 정해준 취미가 마침 나한테 딱 맞아서 오랫동안 지속하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대부분의 경우 취미는 나의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요즘에는 어느 경지에 오르고 나면 취미가 돈이 되는 경우도 꽤 있기때문에 이제는 취미를 찾을때도 (아니 만들때도?) 순수하게 재미로만 취미를 찾는게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너는 놀아도 꼭 그런걸 하니. 옆집 아무개를 보렴. 얼마전에 놀면서 만든 xx로 얼마를 벌었다더라.' (feat. 엄마)

나는 그냥 지금처럼 그때그때 관심가는 것을 조금씩 배워보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내 취미가 뭘까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이라거나  이게 내 취미인지 아닌지 시도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괜찮은 시도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해봐야 알게 되는것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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