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리카의 하루/두근두근한 일상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사라져 잊혀진 나의 추억 장소들 - 신논현편

맛집 좋아하시나요? 요즘 외식 인구가 많다보니 보통 한 두 군데쯤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부모님 영향인지 마음에 드는 곳이 생기면 그 곳만 계속 가고 거의 같은 메뉴를 먹어요. 시간이 흐르면 그 장소에 추억도 쌓이게 되는데요 한동안 못 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게가 폐업하면 상실감이 들기도 해요. 오며 가며 내적 친밀감이 쌓여오던 사장님은 잘 지내실지 어디로 가셨는지.. 이렇게 말 없이 가시느라 힘드셨겠다 싶기도 하구요.

네이버 지도에 장소저장 기능을 이용해서 맛집 정보도 저장하고 제 단골집이나 좋았던 카페 혹은 술집 등 다양하게 저장을 해 놓곤 하는데요 간혹 리스트를 정리하다가 폐업 한 가게에 추억의 장소가 올라오면 차마 삭제하지 못하고 남겨두게 되더라고요. 나한테는 아직 없어지지 않은, 잊고 싶지 않은 장소인걸요.

 

 

오늘 그 중 일부를 추억하고자 기록해봅니다.

추억의 데이트 장소
디렉터스 커피

저는 연애를 8년 넘게 하다가 결혼을 했어요. 마침 남편도 저와 비슷한 사람이라 같은 카페를 주구장창 갔습니다. 저는 수원에서 일하고 남편은 염창동에 있어서 둘 다 접근성이 좋은 신논현에서 자주 데이트를 했는데요 밥 메뉴는 바뀌어도 커피는 늘 커피잖아요. 어떤 날은 디렉터스에서 만나서 점심먹고 다시, 저녁 먹고 다시 방문한 적도 있을 정도로 카페에 살다시피 했었는데 남편이 이사하면서 주로 가는 장소가 바뀌다보니 디렉터스 커피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네요. 공룡상의 내성적이고 무뚝뚝하셨던 사장님이 웃어주셨을땐 정말 보람있었는데 잘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야외 테라스가 멋있고 고양이도 가끔 있고요 겨울엔 캠핑 느낌으로 따뜻하게 꾸며져 있었어요.

원두가 두 가지 였는데 늘 고소한 GD 블랜드를 먹었던 것 같네요.

처음 보는 커피메뉴들도 많아서 종종 시도해보곤 했는데 사진보니 새삼 그립습니다.

 

잉클링

이름에서 느껴지는 깜찍함과 달리 고즈넉하면서 중후한 공간을 가진 이탈리안 레스토랑 입니다. 내부 공간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벽과 구조물들로 독립되어 있어서 데이트하는 분이 많았어요. 맛도 좋아서 소개팅 장소로도 많이 추천했었는데.. 제가 여길 좋아해서 데이트 뿐 아니라 엄마랑도 가고, 동생도 데려가고, 친한 친구들도 자주 데려가고 했었는데요. 파스타, 피자, 샐러드 등 음식이 다 맛있는데 특히 빠네가 최고였어요. 빵이 적당히 바삭하고 부드러운데 눅진한 크림 푹 찍어먹으면 '이고디~!!!'. 주방이 1층이고 홀이 2층이라 고생하실텐데 늘 친절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담담

평범한 술집인데 창가자리와 룸 자리는 좌식으로 앉을 수 있어 공간분리가 되어있어요. 칠판에 베스트 메뉴를 적어놓으시는데요 저희는 늘 사천식 홍합볶음을 먹었습니다. 다른 것도 먹고싶어서 친구들 델고 가게되면 짜춘권을 무조건 먹었어요. 매콤하게 굴소스에 볶은 해물과 야채를 계란 지단에 말아서 나오는 요리인데 조리가 오래걸리지만 믿고 먹는 맛이에요.

사천식 홍합볶음을 먹을땐 마요네즈를 추가해서 찍어먹었습니다. 가운데에 면발도 쫄깃하니 대체 불가능한 맛이었는데 없어져서 정말 아쉬워요.

작성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정리를 못 했네요. 오늘은 추억의 장소 신논현편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작별이라는건 늘 아쉽고 쓸쓸한 것 같아요. 요즘 코로나19 이래로 다시 폐업률이 최대치라고 하더라구요. 불황이 조용하게 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추운 날씨에 고군분투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텐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저녁식사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