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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의 하루/내가 사용하는 것

화애락과 정관장과 KT&G

어느날 아빠가 '너희 엄마가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라는 식으로 살짝 투덜거리셨는데 엄마는 '늦게 자는게 아니라 잠을 잘 못자는 거다.' 라고 하셨다. 대화를 들은 뒤 별 생각없이 지내다가 문득 '응답하라 1988'에서 라미란 엄마가 갱년기에 잠을 잘 못자는 것 같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혹시 갱년기 때문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몇 년 전에 엄마에게 갱년기가 온 것은 알고 있었는데 별다른 말씀이 없었고 엄마와 따로 살다보니 힘드신 걸 잘 모르고 있었다. 용돈 드려봤자 아낀다고 안 쓰시는거 다 알기에 최근 꽤 많이 광고하는 '화애락'을 한 번 주문해서 보내드렸는데 엄마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엄마 이거 정말 먹어보고 싶었는데...고마워.'

용돈 드린걸로 사드시지 몇 년이나 됐는데 그걸 계속 안 사드셨다니 마음이 짠하고 죄송스러웠다. (너무 좋아하시니 앞으로 매달 사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사실 아래 광고가 아니었다면 별 생각 없이 지나갔을 수도 있는데 갱년기에 대해 환기시켜주는 바람에 마케팅 당한 것 같기도 하다. 광고에 고마워 해야할지.. 


소녀처럼 들든 엄마들의 모습과 엄마를 필요로 하는 남편 및 자식들의 얘기가 적절히 조합되어 감성을 엄청나게 흔들어 놓는다. 마지막에 김성령씨도 너무 젊고 멋있어서 먹어보고싶은 감정을 두배로 증폭시켜준다 (솔직히 김성령씨를 광고모델로 쓰다니 거의 사기다.). 우리 엄마도 늘 해외여행 한 번 가보고 싶어하시는데...나는 아직도 마케팅 당하는 중 인가보다.

화애락에는 진/본/큐가 있는데 처음엔 진을 몰라서 본과 큐 중에 골랐다. 본은 팩으로 포장되어서 마시는 거고 큐는 알약으로 되어있길래 화애락 본으로 사드렸는데 알고보니 진과 큐가 갱년기 여성을 타겟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서 이번에는 화애락 큐로 샀다. 효과가 있는 것 같냐고 여쭤봤는데 아직 드신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있겠지..'라며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엄마. 화애락 진은 160,000원으로 다른 제품들에 비해 30,000원 더 비싸던데 이것도 한 번 드셔보시고 비교해보시라고 해야할지..한달치씩이라 가격이 꽤 고가이긴 하다.



각 제품 설명은 재료가 조금 다르고 어떤 재료가 더 들어가느냐 덜 들어가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꽤 비싼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두루뭉수리하고 모호한 차이를 보면서 선택을 해야하니 조금 막막하더라. 약이 아니고 건강보조식품이라 효능 설명에 대해서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렇다면 이 제품을 먹으나 저 제품을 먹으나 그냥 홈삼의 효과일 뿐인건지 효과가 있기는 있는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고나니 올해 KT&G (한국담배인삼공사) 의 배당금 편지를 받고 황당했던 기억이 같이 떠오르더라. 봉투 안에는 배당금 통지서 뿐 아니라 아래의 사진과 같이 빳빳한 종이에 인쇄된 정관장 천녹 광고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처음에 쿠폰인줄알고 꽤 들떠서 요리조리 살펴보았는데 그냥 광고였다. 주주한테 제품 광고할라고 이걸 같이 넣어보낸건가 싶어서 조금 황당했다.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친구도 쿠폰 받은줄 알고 몇 번을 확인했다고 하더라. 뭐 꼭 뭔가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그냥 알수없는 실망감이 들더라.


 정관장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가족간의 정을 확인하고 서로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데에 꽤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 시대와 유행의 변화에 맞춰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새로운 건강보조제품들을 다양하게 출시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고객을 현혹시키기에 약간의 부족함은 있는 것 같다.

고등학생때는 엄마가 정관장에서 영양제를 사주셨고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화애락을 사드리고 나중에는 내 자식에게 영양제를 사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믿고 먹는 정관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아쉽다. KT&G에서 정관장의 매출비중이 적은 것 같긴 하지만 요즘 아이코스의 찌는 담배도 위협적이고 담배가 환경에도 안 좋고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많으니까 정관장에 약간만 더 신경을 써서 나같은 준비된 소비자가 만족하고 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