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었다

영화관에가서 영화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동생이 영화관람권 두 장을 던져줘서 <신과함께>를 도니와 보러갔다. 도니는 영화를 고를 때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신과함께의 경우 원작인 웹툰을 본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고, 웹툰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재밌다고 말하는걸 보니 재밌을 것 같다며 기대를 표했다. 나는 웹툰을 본 사람인데...어떤 기준인지 나는 잘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어쨌든 보고나서 재밌었던 것은 맞으니 이번 영화는 나름 성공적. (사실 나의 경우 어느 공중화장실에서 신과함께 재밌었다며 대화나누던 사람들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 영화 보기 전 우려스러웠던 점

  최근 신과함께 웹툰을 네이버에서 재연재 해주고 있는데 나는 오래전에 한 번 봤으면서도 재연재를 보면서 또 새롭고 또 재밌어하는 팬으로서 영화에 진기한 변호사가 나오지 않는게 우려스러웠다. 게다가 주인공이 소방관이라니요?! 지극히 평범해서 두 번이나 봤는데도 이름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진짜 주인공이 맞나 의심스러운 그저 이야기를 끌어가는 맥거핀같은 사람이 주인공이었는데...

- 스토리에 대해

  실제로 영화를 보면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인물관계와 설정으로 새로운 작품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괜찮았다. 스토리의 탄탄함과 개연성은 물론 웹툰이 훨씬 좋았지만 시작과 결론 사이의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의인이라고 믿고 있었던 주인공의 숨겨진 이야기가 나는 꽤 재밌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원작을 어떻게 영화로 변화시켰는지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수도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스토리에 개연성이 많이 부족했고 변호사의 부재로 인해 차사들이 변호까지 맡으면서 바쁘고 정신없어보였다. 도니는 욕심을 좀 버리고 지옥 몇 군데를 줄이는 대신 인물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라고 하더라. 솔직히 지옥에서 재판하는 장면이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제일 억지스러운 부분이기도 했다. 무슨 재판을 한 쪽 이야기만 듣고 '너 잘못했네. 벌받아랏!' 하고 분노했다가 가까스로 변호하고나면 눈물을 글썽이며 '상을 주어라~' 라고 하는지..처음엔 재미로 넘어간다 해도 똑같은 방식이 반복되니까 지겹더라.

  욕을 많이 먹는 부분이었던 전형적 한국식 최루영화라는 이야기도 어떤 말인지 이해는 된다. 심지어 내 친구 손양은 이렇게 울어라고 던지는 메세지에 지기 싫다며 꾹 참다가 마지막에 눈물을 글썽이는 본인을 발견하고는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더라. 나야 뭐 톡치면 주르륵 울어버리는 사람이기때문에 주위에 피해주지 않으려고 소리없이 흐느끼다가 집에와서 광광 울었다는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 뭐 영화일뿐인데 엄마얘기만 나오면 감정이 북돋아 오르는지. 별 생각없이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이런 나조차 강풀 웹툰을 몇 작품 보고나서는 '아...이건 너무 울어라고 해서 피곤하다..(이미 너무 울어서;;)'라고 느꼈는데 신과함께는 뭐 그렇게까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밥솥 PPL은 좀 웃기긴 했다. 이게 PPL이라는건 손양 덕분에 알게되었는데 그 전까지는 '오~ 누룽지가 만들어지는 밥솥이 있어?'라며 제대로 광고당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군대에서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한테도 총을 쥐여주나? 라는 의문이 들더라. 내가 군대에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주변 친구들에게 관심사병이라는 게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불안할 것 같다. 사실 의무적으로 복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다들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는 것일텐데 안타까웠다.

  원작에도 가질 수 있는 의문인데 '왜 우리는 죽어서도 심판을 받아야하나.' 라는 의문이 들었다.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정답을 배운 것도 아닌데 죽어서도 죄인취급을 한다. 애초에 제대로 가르쳐서 바르게 살게 하든지. 아니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하는데 꼭 다들 부지런하고 목표를 성공으로 잡고 살아야하나? 아니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가난, 재해, 질병, 전쟁 등이 없도록 만들던지 거참..그렇다.

- 배우들

  주연들은 말할것도 없고 가끔씩 까메오처럼 출연한 배우들도 다 반가울 정도로 호화 캐스팅이었던 것 같다. 중간에 김하늘씨가 나왔었다는데 전혀 몰랐다. 하정우씨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영화를 보다가 깜짝깜짝 놀랐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변호사 역할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주지훈씨는 잘생긴 얼굴로 코믹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서 '괜찮았네~ 노력했네~.' 라고 호평했는데 도니는 '여자들은 늘 주지훈에게 관대하더라.'라는 평을 남겼다. 엄...쩝...

  차태현씨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영화에서 임펙트가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사람냄새나고 인간적이면서도 정의로운 사람으로 잘 녹아들은 것 같다. 김향기씨가 엄청 귀엽게 나왔는데 웃음이 참 기분좋고 맑아보이는 배우 같다. 작은 몸집으로 배우들에게 '폭' 안기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부러웠다. 그러나 차사로서 다른 두 명에 비해 별다른 역할이 없었던 것 같고 성역할 고정관념적인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도니가 영화가 끝나고 CG가 필요이상으로 많이 들어간 것 같지 않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처음 CG가 나왔을 땐 어색해서 '헉!!' 하고 놀랐으나 보다보니 적응이 된건지 별로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도니는 덱스터스튜디오가 '우리 이정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포트폴리오 용으로 만든게 아닐까 의문을 제기했는데 어쨋든 볼만했다. 신과함께 2편이 곧 나온다는데 나는 2편도 볼 의향이 있다.

아참! 극중에서 차태현이 키우던 다죽은 화분을 어머니가 가져가시는데 마지막에 꽃이 핀 장면이 나오는데 제라늄이더라. 내가 아는 식물이라니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우리집 제라늄도 시들시들 하면서 꽃대가 다 말라서 한동안 꽃을 못 보고 있었는데 햇빛을 잘 쐬여주고 따뜻하게 두었더니 3주쯤 지나자 꽃대가 올라오고 봉오리가 생겼다. 키우기 쉽고 꽃을 잘 보여주는 즐거움을 주는 식물인 것 같다.

2017/12/14 - [배우는 여자/홈 가드닝] - 꽃식물 모아심기/제라늄 키우기/홈가드닝